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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6월, 분단사상 처음으로 평양에서 상봉한 남북의 수뇌들이 회담을 했을 때 얘기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0년대를 맞이하는 첫해에 우리가 처음으로 상봉하는 것만큼 칠천만 겨레에게 통일에 대한 희망과 미래에 대한 낙관을 주는 선언적인 문건을 하나 내놓는 것이 좋겠다면서, 김대중 대통령에게 우리 민족문제는 어디까지나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야 하지 않겠는가, 여기에 동의하시겠는가고 물었다 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거기에 무슨 반대가 있겠는가고 즉시에 동의했다고 한다.

이 합의가 나중에 나라의 통일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풀어 나간다고 하는 역사적인 6.15공동선언의 첫째 항목으로 되었다.

이것이 6.15공동선언의 근본 핵을 이룬다고 하여 우리는 우리 민족끼리를 공동선언의 기본정신이라고 말한다.

이같은 우리 민족끼리에 대해서는 이명박이 “배타적 민족주의”라고 말한 것을 비롯해서 반통일수구세력이 엄연한 남북 수뇌들의 합의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북의 주장이라고 왜곡하는 등 별의별 소리를 늘어놓으며 모지름을 썼다.

6.15공동선언에 관한 여러 해설자료들을 종합해 보면 우리 민족끼리는 결코 복잡한 것이 아니라 민족의 운명을 외부의 개입 없이 자기 스스로 개척해 나간다는 의미이며, 훗날에 온 겨레가 기회있을 때마다 외쳐온 “우리 민족끼리”는 민족문제 해결에서 외세가 아니라 자기 민족을 중심에 놓는 주체적 입장, 또한 민족문제를 자기 민족의 요구와 이익에 맞게, 자기 민족의 힘과 실정에 맞게 해결해 나간다는 창조적 입장이 표어화된 것이다.

때문에 6.15공동선언에는 민족을 사랑하고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모든 사람들이 힘을 합쳐 나라의 통일문제를 민족 스스로의 힘으로 풀어 나간다는 정신이 관통되었다고 말한다.

박근혜가 쫓겨나고 한국에 새 정부가 등장한 이후 처음으로 6월 15일을 맞이한 온 겨레는 이명박-박근혜에로 이어져온 6.15부정과 그에 따라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황에 이른 ‘잃어버린 9년’ 이 가고 다시 민족의 화해와 단합, 통일의 흐름이 되살아날 것을 누구나가 기대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날 서울에서 진행된 6.15공동선언발표 17주년기념식에서 한 문재인 대통령의 축사를 들은 사람들속에서는 오히려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필자 역시 그러했다.

문 대통령은 6.15와 10.4, 나아가 7.4공동성명을 비롯한 남북합의들을 가리키면서 이러한 합의들이 지켜졌더라면, 또 국회에서 비준되었더라면 정권의 부침에 따라 대북정책이 오락가락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남북합의를 준수하고 법제화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권이 바뀌어도 반드시 존중되어야 할 중요한 자산이라고도 말했다.

이 말 자체에는 누구나가 공감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남북관계가 지금처럼 악화된 원인이 이같은 남북합의, 특히 6.15와 10.4가 짓밟힌데 있으며 그 책임도 응당 이 합의들을 짓밟은 장본인들에게 있다는 것, 또한 그로 인해서 조성된 최악의 상황을 타개할 방도 역시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존중하고 이행하는데서 찾아야 한다는 대답이 쉽게 도출될 것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6.15와 10.4의 존중과 이행을 촉구한 북측을 보고 핵과 미사일 고도화로 말 따로 행동 따로인 것은 북측이며, “북측의 핵 포기 결단은 남북간 합의의 이행의지를 보여주는 증표”라고 말했다. 요컨대 선언들이 휴지쪼각과 같이 된 원인도 북의 핵때문이며 그를 존중하고 이행하기 위한 증표도 북의 핵포기라는 것이다.

오랫동안, 그것도 10.4선언에 수표한 노무현 정부시절 청와대의 요직에 있은 그가 한 발언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그들이 말하는 북의 핵문제로 말하면 이는 조선과 조선이 핵보유국이 되게 내몰았던 미국 사이에서, 그것도 6.15공동선언이 발표되기 몇해전에 발생한 문제이다. 따라서 문제의 한쪽 당사자인 조선의 핵포기 여부에 따라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존중·이행 영부가 좌우될 수 없다.

10.4선언이 발표되었을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노무현 대통령이 6자회담의 북측 단장(당시)으로부터 함께 보고를 받은 일을 상기해 보자. 본래대로라면 핵문제는 조미간의 문제라고 해온 북측이 이같이 전환적으로 나온 것은 무엇때문이었는가?

그것은 이 회담의 결과로 발표된 10.4선언에 있는 것처럼 우선 남북이 6.15공동선언을 고수하고 적극 구현해 나간다(1항)는데 똑똑히 합의보았으며, 그에 토대해서 평화문제, 다시 말해서 군사적 적대관계의 종식과 긴장완화, 평화보장을 위해 긴밀히 협력(3항)하고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도 협력(4항)하기로 합의본 내용이 잘 말해주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의 연설을 듣으면 6.15공동선언, 특히는 그 기본정신에 대한 똑똑한 재확인이 결여된채 북측의 핵포기가 선언 존중과 이행의 증표라고 하니 미안한 얘기지만 촛불민심에 의해서 배격받은 선임자들의 ‘비핵·개방3000’이나 ‘신뢰프로세스’에서 고창된 선북핵폐기론과 자꾸 오버럽하게 된다.

도대체 그가 6.15와 10.4를 알기나 하는지 의문시하지 않을 수 없다.

아니면 그가 통일문제, 대북관계에서 아직 시동을 걸지 못하고 있어서 그런지, 혹은 미국행을 앞두고 누군가의 눈치를 보는 것인지, 어쨌든 촛불정부라고 불리우는 그들의 일거일동을 남녘의 민심은 물론 온 겨레가 주시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K)

2017.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