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화(대동연구소 소장)

사람들은 조용하고 평화스러운 분위기속에서 낙천적으로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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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말로부터 10월초에 걸쳐 마치 겨울과 같이 춥던 모스크바를 찾은 데 이어서 은행나무잎이 거리를 노랗게 물들인듯한 10월의 평양을 찾았다.

도쿄, 서울, 워싱턴에서는 하루종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하 조선)에 대해서 “위험한 나라” 혹은 내일 당장에라도 무슨 사태가 벌어지는 것처럼 떠들어댔으며, 내가 떠나기 직전에만도 일본에서는 중의원선거에서 권력을 계속 유지해보려고 아베 수상이 마치 조선 때문에 일본이 국난에 처한 것처럼 떠들어대는 등 조선은 말 그대로 악마화된 상태였었다. 더욱이 일본의 부총리라는 사람이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이 이긴 것은 “북조선의 덕분”이라고 어이없는 발언을 함으로써 그들이 벌이는 ‘북조선소동’의 본질이 다 드러나 버렸다.

내가 찾은 가을의 평양은  너무나도 조용하고 평화스러웠다.

사람들은 일본에서 조선의 미사일발사 때문에 열차가 멈추고 대피훈련까지 벌어졌다는 내 이야기를 듣고 모두 어이없다고 웃기만 했으며, 내가 머문 호텔의 한 여종업원은 평양이 너무나도 조용하고 평화스러운데 놀랬다고 한 내 말을 듣고는 경애하는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께서는 아무리 정세가 긴장되어도 사람들이 평화로운 분위기속에서 일을 많이 하게 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두려움을 전혀 느끼지 않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평양시내뿐 아니라 근교를 돌아보아도 분위기는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일심단결과 병진노선의 덕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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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사람들이 정세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고 그저 무사안일주의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니었다.

체류중인 10월 27일, 이날부 〈노동신문〉에는 “악의 제국―미국의 대조선 적대시정책의 패배는 필연적이다”라는 긴 논평(이하 10.27논평)이 실렸는데 거기에는 “제재를 천백번이고 하겠으면 하라, 그 어떤 핵전쟁도 도발하겠으면 하라, 우리는 침략자, 도발자들에게 더 강력한 보복대응으로 주체조선의 맛을 똑똑히 보여주며 최후승리의 깃발을 저주로운 아메리카합중국의 심장부에 꽂을 것이다. 바로 이것이 이땅의 가는 곳마다에서 끓고 있는 멸적의 의지이다.”라는 구절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조선에서는 사람들이 지금의 정세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있으며 일단 유사시에 대비할 준비를 똑똑히 갖추어놓고 자신감에 넘쳐 낙천적으로 살고 있는구나고 느껴졌다.

내가 이같은 느낌에 대해서 얘기하자 한 전문가는 “우리는 지금 일심단결과 병진노선의 덕을 봅니다.”라고 말했다.

그가 말하기를 당과 군대와 대중이 최고영도자의 두리에 굳게 뭉친 일심단결이 조선의 위력의 원천인데 이제는 어떤 바람이 불어와도 온 나라 인민이 최고영도자만 믿고 나가면 반드시 승리한다는 것을 굳게 확신하기 때문에 아무리 정세가 긴장되거나 제재, 압박이 가해져도 낙천적으로 살 수 있으며, 또한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의 병진노선에 의해서 미국이 감히 조선을 건드리지 못하게 꽉 눌러놓은 상태에서 마음놓고 경제건설, 인민생활에 힘을 넣고 있으니 이것이 일심단결을 빈말이 아니게 똑똑히 안받침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번에 평양시내에 새로 건설된 여명거리도 돌아보고 미래과학자거리와 과학기술전당에도 가보았으며, 평성(정확히는 평양시 은정구역)에 있는 위성과학자주택의 다섯칸짜리(5LDK) 고급주택의 한 집에 들어가보기도 했는데 그를 통해서 전문가의 이야기가 더 실감있게 안겨왔다.

“우리는 미국과 최후결전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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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전문가와 최근 정세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그때 그가 한 말 가운데서 인상에 남은 것은 “우리는 지금 미국과 최후결전을 벌이고 있습니다.”라는 한마디였다.

최후결전, 그러니까 조미대결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뜻인데 10.27논평은 “세계는 머지 않아 인류의 악성종양과도 같은 미국이 어떻게 바람과 같이 사라지는가를 똑똑히 보게 될 것이다.”라고 썼다.

체류중에 들려온 소식에 의하면 10월 28일부 〈워싱턴 포스트〉지는 미국에서는 트럼프 정부밑에서 정치적 짐체가 위험수위에 달했다고 보는 국민이 71%에 달했다고 전했다. 인종차별이나 이민에 대한 차별을 조성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동에 의해서 정당간 또는 정당내 분열이 심화되고 있다고 많은 국민들이 우려하고 있으며, 이같은 정치적 분열은 미군철수를 둘러싸서 국론이 2분되었던 베트남전쟁 당시와 같은 수준 또는 그보다 심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70%에 달했다 한다.

이 자료 하나만 보아도 영화제목에 비유한 10.27논평의 예고는 결코 근거없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럴수록 미국도 온갖 발악을 다 하는 것이며 그만큼 조미대결도 치열해지는데, 지금 이같은 대결이 ‘조선 VS 미국과 그 추종세력간의 대결’의 모양새를 띠고 벌어지고 있다.

10.27논평은 이에 대해서 “궁지에 몰린 불망나니 선수가 비열하게도 경기도중 심판이든 구경꾼이든 가림 없이 제편에 서라고 강짜를 부리듯 지금 미국은 대국의 체면도 염치도 다 던져버린채 세계의 크고 작은 나라들을 제편에 끌어당겨 조선을 어떻게 하나 이겨보겠다고 발악하고있다.”고 썼다.

이같은 정세인식은 일본에서 듣는 조선이 마치 국제적으로 고립된 상태에서 발악적으로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시험을 한다는 선전들과 정 반대되는 것이다.

전문가는 새삼스럽게 북의 ‘붕괴설’은 아무런 근거도 없는 조선을 몰라도 너무나도 모르는 사람들의 어리석은 기대에 불과하다며, 더욱이 당신이 여명거리에 가보아서 알겠지만 지금의 제재와 압박때문에 영향을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때문에 조선이 무슨 심각하게 타격을 받거나 내일에라도 어떻게 되는 것처럼 선전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웃읍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10.27논평은 “딸라(달러)와 핵 몽둥이를 휘두르면 그 어떤 나라도 굴복시킬 수 있다는 것이 오만한 미국의 강도적 논리이며 이것이 대조선적대시정책에 그대로 구현되고 있다”며.  이미 그 쓴 맛을 보아온 적지 않은 나라들이 미국의 협박에 잔뜩 겁을 먹고 황황히 그 제재압박소동에 맞장구를 쳐대며 비굴하게 놀아대고 있는 것 또한 오늘의 현실이라고 썼다.

이것이 어느 나라를 가리키는가는 명백하며, 특히 지금의 조중관계가 몹시 악화되었다는 것 또한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조선노동당의 김정은 위원장은 10월 25일 중국공산당 제19차대회에 즈음해서 시진핑 총서기에게 축전을 보냈다. 나는 이것이 대범한 아량의 표시가 아니겠는가고 생각한다.

특히 내가 주목한 것은 일본에 대해서 조선이 보낸 경고메시지였다.

10월 28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는 일본 아베 내각이 중의원선거에서 벌인 반북소동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그것도 11월초에 있게 될 트럼프 방일에 때를 맞추듯 대변인담화를 발표했는데, 거기서 일본을 “정세악화를 조성하고 있는 주범이 악의 제국인 미국이라면 그에 못지 않게 악을 써대며 첨예한 현 사태를 더욱 격화시키는 추악한 공범자”라고 했다.

그러면서 담화는 “일본반동들은 늙다리정신병자 트럼프의 미치광이나발에 맞장구를 치며 미국의 반공화국 대결소동과 전쟁책동의 앞잡이가 되어 멋없이 들까불다가는 일본열도가 통채로 바다 한복판에 수장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라는 초강경적인 경고를 했었다.

“제손으로 원유도 만들어내고 원자력발전소를 일떠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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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7논설의 후반부분에는 다음과 같은 주목할만한 구절이 있다.

“폭발적인 우리 천만군민의 정신력은 적대세력들이 아무리 제재와 압박을 가해도 제손으로 원유도 만들어내고 원자력발전소를 일떠세우며 인민의 복된 생활을 위한 그 무엇이든 다 만들어내고야말 것이다. 이것은 결코 빈소리가 아니며 세계는 위대한 영도밑에 천민이 비상한 각오로 일떠선 이땅에서 또다시 어떤 기적적 변화가 펼쳐지는가 똑똑히  보게 될 것이다.”

나는 이 구절을 읽으면서 제손으로 원유도 만들어내고 원자력발전소를 일떠세운다는 부분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혹시 자기가 잘못 읽은 것은 아닌가고 거듭 확인하기까지 했었다.

조선에서 원자력발전소를 자체로 만든다는 말은 결코 처음 들어본 것이 아니지만 그 사실이 신문에 활자가 되어 공개된 것이다. 특히는 제손으로 원유를 만들어낸다니 얼마나 놀라운가.

지난날 조선에서 핵융합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을 때도 이를 의심하거나 심지어는 비웃기까지 했던 사람들이 있었지만 끝내 그것은 두차례의 수소탄시험을 통해서 사실로 확인되었다. 이번에도 늘 자기들은  빈말을 모른다고 하는 조선이 결코 근거없는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반미반전, 평화수호에 평화와 통일의 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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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체류중에 조국통일문제와 관련해서도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내가 떠나올 때까지만 해도 남녘동포들이 모처럼 촛불항쟁으로 박근혜 정부를 몰아내었지만 남북관계에서 왜 진전이 없는지, 새로 등장한 문재인 정부의 언행을 보면 이전과 차이가 없어보이는데 그들을 어떻게 보면 좋겠는지 사람들은 궁금해했었다.

체류중에 남녘의 촛불항쟁 1돌을 맞았는데, 남녘에서 “촛불은 계속된다”며 벌어지는 대중시위에 대해서 평양의 신문, TV들이 큰 관심을 표시했었다.

그러한 가운데 내가 만났던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한 말은 ‘반미반전, 평화수호’였다.

그들은 미국이야 말로 평화의 파괴자, 조국통일의 암적 존재라면서 반미반전, 평화수호야말로 미국의 전쟁책동을 끝장내고 평화와 통일로 나가는 길이라고 그 뜻에 대해서 말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도 그들이 선임자들과 다름 없이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미국 앞에서 꼼짝 못하기 때문이며, 따라서 지나친 기대를 갖지도 말고 비판할 것은 해야 한다, 그러되 그들이 외세와 결별하고 촛불민심의 뜻에 따르겠는가 어떤가를 계속 지켜보겠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박근혜퇴진으로부터 MB구속, 반트럼프”라고 외치며 정부에게 거듭 ‘촛불청구서’를 보내는 등 자기들의 뜻이 관철될 때까지 촛불항쟁을 멈추지 않으려는 남녘동포들에게 혈육의 정 넘치는 민족적 연대의 뜻을 거듭 표시했다.

그러니 그들, 나아가서 현재 북측의 의사는 남, 북, 해외 온 겨레가 거족적인 반미반전, 평화수호에 우리 민족의 삶과 미래가 있다는 것을 똑똑히 인식하고 남북관계의 개선과 제2의 6.15시대를 위해서도 이 기치를 높이 들어야 한다는 것이겠다고 나름대로 생각했다.

조선은 이제 대륙세력과 해양세력 사이에서 열강들의 각축전에 농락당한 어젯날의 조선이 아니구나. ―나는 이번에 속으로 몇번 이렇게 생각했는지 모른다.

(2017.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