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화(대동연구소 소장)

들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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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자주의 원칙을 확인하였습니다.”

평양에서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진행된 2018년 9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5.1경기장에서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을 관람한후 김정은 국무윈장의 소개로 연단에 나서서 15만 평양시민들 앞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그러자 장내에는 우뢰와 같은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올랐다.

이는 더 말할 것도 없이 몇시간전에 발표된 9월 평양공동선언(이하 평양선언)을 가리켜서 한 발언이었다.

이로써 양 정상은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자주의 원칙을 거듭 확인했다.

한번은 4.27판문점공동선언(이하 판문점선언)이다. 이 선언문에는 남과 북은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자주의 원칙을 확인하였으며 이미 채택된 남북 선언들과 모든 합의들을 철저히 이행함으로써 관계개선과 발전의 전환적 국면을 열어나가기로 하였다.”고 명기되었다.

다음은 평양선언인데 이 선언문에도 양 정상은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의 원칙을 재확인하고 남북관계를 민족적 화해와 협력, 확고한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해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가기로 하였으며 현재의 남북관계 발전을 통일로 이어갈 것을 바라는 온 겨레의 지향과 여망을 정책적으로 실현하기 위하여 노력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명기되었다. 그리고 이 합의내용이 문재인 대통령의 5.1경기장 연설을 통해서 이 자리에 있던 15만군중에게는 물론 전파를 타고 온 세상에 전해졌다.

참으로 이날은 민족자주가 우리 민족 공동의 지향이자 목표로 공인된 역사적인 날이었다.

1. 새삼스럽게 민족자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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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강토에서 평화와 번영을 누리며 살아가려는 온 겨레의 절절한 염원과 자주적 지향이 반영된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은 남과 북, 북과 남이 뜻과 힘을 합쳐 우리 민족의 운명을 우리 자신의 손으로 개척해 나갈 것을 확약한 민족자주의 선언이다.

이전까지 민족·민족문제를 다루는데서 세상에 공인되어온 것이라고 하면 주로 민족자결론 혹은 민족자치론과 민족주의였다. 때문에 민족자주는 그 개념부터가 생소한 것이었다.

물론 ‘자주’라는 개념 자체는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다. 때문에 조선(한)반도에서도 북에서는 “온 갖 예속을 반대하며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모든 문제를 자체의 실정에 맞게 독자적으로 규정하고 자체의 힘으로 처리하는 것 또는 그러한 원칙”(조선말대사전:사회과학출판사 1992.3)라고 해석하고 남에서는 “남의 보호 또는 간섭을 받지 않고 제 일을 제 힘으로 함”(인터넷 국어사전)이라고 해석상은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자주라는 개념을 민족문제와 결부시킨 민족자주만큼은 어휘상으로는 존재했는지 몰라도 “민족자체의 힘에 의거하여 민족의 운명문제를 풀어나가려는 자각과 의지”(노동신문 2001.11.8), 또는 “자기 나라와 민족의 운명개척에서 나서는 문제들을 자신이 결심하고 처리하는 권리”(김정일 “혁명과 건설에서 주체성과 민족성을 고수할데 대하여” 1997.6.19)라고 그 본질을 정식화한 것은 북 다시말해서 조선뿐이었다. 조선의 이같은 견해나 주장의 근저에는 민족을 오랜 역사적 기간을 거쳐서 형성된 가장 공고한 인간집단으로 보며, 또한 이같은 인간집단에게는 자주성이라고 하는 생명이 있다고 하는 독특한 논리가 깔려있다. 필자는 이것이 주체사상에 기초하고 있기때문에 나름대로 ‘주체의 민족론’이라고 부르고 있다.

조선의 이같은 주체의 민족론은 에서는 일반적으로 언급되는 민족문제에 대해서 민족의 생명에 관한 문제즉 민족의 자주성에 관한 문제라고 본다. 그리고 민족의 운명을 개척하는 주인은 해당민족 자신이므로 당연히 민족은 자기 운명을 자주적으로 개척해야 하나고 강조한다. 여기서부터 도출된 것이 바로 민족자주이다.

결국 민족자주에는 일반적으로 거론되는 민족의 권리가 아니라 민족의 운명개척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 그리고 자기 민족을 사랑하고 귀중히 여긴다는 차원이 아니라 민족의 운명문제를 해당민족 스스로가 풀어나간다고 하는 근본적인 자세와 입장 문제가 포함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민족자주가 다루는 영역에는 식민지 민족해방 문제나 민족간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문제는 물론 외부의 침해로부터 민족의 독립과 안전을 수호하는 문제, 민족 구성원들 스스로의 노력에 의한 민족의 번영을 이룩하는 문제에 이르기까지 민족의 운명과 관련되는 모든 문제들이 포괄된다.

그런데 우리는 북에서 나온 민족자주를 남측이 추인했거나 남측이 북측에 경사한 것처럼 생각하지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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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측에도 우사 김규식 등이 1947년 12월 20일에 민족자주연맹이라는 정당을 내오고 당시에 조성된 분단의 위기를 막기 위해 남북협상을 제안했거나, 1960년의 4.19직후에 민족자주통일협의회가 조직되고 ‘민족자주통일’의 슬로건이 등장한 것을 비롯해서 중요 고비마다 민족자주가 주장되었다. 여기에다 반일독립투쟁의 역사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민족자주는 남북을 불문한 민족공동의 지향이자 요구였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남북의 정상들이 자기 민족의 운명은 자신이 책임진다는 민족자주의 원칙으로 일치를 본 것은 이같은 민족공동의 지향과 요구에 토대해서 꾸준히 대화와 노력을 거듭해온 결과로 이루어졌을 것이다.

2.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의 병열적 언급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평양선언에서는 민족자주와 함께 민족자결이 병열적으로 언급되었는데 이를 어떻게 보겠는가 하는 것이다.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이 동의어라는 뜻인가? 그렇게는 볼 수 없다.

평양선언에서 언급된 민족자결의 의미에 대해서는 좀더 연구하기로 하되, 지금까지 알려져 왔던 민족자결이란 ‘국제인권규약’(공통 제1조 1966)에는 “(민족이)그 정치적 지위를 자유로히 결정하며 그 경제적·사회적·문화적 발전을 자유로히 추구하는 ‘인간의 권리’”라고 규정되어 있다. 요컨대 민족이 정치적으로 독립하여 그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민족자결론의 출현은 계몽기 자연법사상인 ‘인민주의론’과 ‘사회계약설’에 기초해서 부르주아혁명에서 민족국가 형성의 원리가 된 것이 그 발단이라고 하는데, 세계적으로 민족자결권을 주장한 대표적인 인물은 28대 미국 대통령 우두로우 윌슨(Thomas Woodriw Wilson)과 러시아 사회주의10월혁명을 이끌었던 레닌(블라지미르 일이츠 레닌=Владимир Ильич Лени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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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슨(사진)이 주장한 민족자결은 하나의 민족이 하나의 독립국가를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1918년 1월 8일에 제1차 세계대전 종결을 위해서 제창했던 ‘14개조 평화원칙’(비밀외교 폐지, 해양의 자유, 관세장벽 철폐, 군비축소, 국제평화기구 설립, 민족자결, 식민지문제의 공정한 해결 등)안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파리회의(1919)에서 영국과 프랑스의 반발에 부딪쳐 결국은 백인들에게만 적용되게 되었으며, 그것도 법적 권리가 아니라 정치적 원칙으로만 다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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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민족자결론을 한걸음 더 심화시키고 전진시킨 것은 레닌(사진)이었다. 그는 모든 민족은 자주적이며 어느 한 민족에게도 특권을 주어서는 절대로 안되며 소수민족의 권리를 침해하는 온갖 조치를 불법으로 선언해야 한다고 했으며, 모든 민족은 국가적 분리의 자유와 정치적 자결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레닌은 독점자본주의 시기에 세계가 극소수 제국주의 열강들과 대다수 피압박 민족들이 사는 식민지 예속국가로 갈라지게 된 환경에서 민족문제를 식민지문제와 결부시켰으며, 그것을 유럽의 ‘문명국가’ 민족들에 극한된 부분적 문제로부터 제국주의 기반에서의 피압박민족들의 해방에 관한 전반적 문제로 확대했다. 그는 또한 식민지-민족문제를 프로레타리아 혁명과 프로레타리아 독재에 관한 전반적 문제의 한 부분으로 보았으며, 식민지 예속국가 인민들을 제국주의의 예비군으로부터 프로레타리아 혁명의 동맹군으로 전화시켜야 하며, 노동자계급은 사회적 배타주의를 철자히 배격하고 이제까지 역사의 밖에서 오직 역사의 대상으로만 취급되었던 수억만의 피압박 민족들과 굳게 단결하여 투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레닌의 민족자결론에도 역시 제한성이 있었다. 결국 그의 주장은 민족적 해방을 염원하고 지향하는 피압박 소수민족의 에너지를 노동자계급의 동맹군화하기 위한 전술적 승로건이었다. 때문에 그는 민족자결의 요구가 민족의 조직적 강화에로 이어지고 나아가서 노동자계급이나 당의 민족적 분리를 초래할 것을 우려했었다. 이처럼 레닌이 주장했던 민족자결은 계급적 관점을 전제로 민족의 정치적 분리권과 국가적 독립권을 인정한다는 의미에서의 민족자결이었다. 
 
그렇다면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의 관계에 대해서 어떻게 보아야 하겠는가?

필자도 현재 이 문제에 대해서 연구하는중이지만 적어도 조선에서는 민족자결론의 제한성을 지적하면서도 그것을 민족자주와 대립되는 것으로 보지 않고 있다. 실지로 김일성 주석은 1967년 12월 16일에 발표한 정부정강 〈국가활동의 모든 분야에서 자주, 자립, 자위의 혁명정신을 더욱 철저히 구현하자〉안에서 모든 민족은 평등하며 자기 운명을 자신이 결정할 민족자결의 신성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명백한 것은 민족자주와 민족자결 사이에는 양자가 함께 민족문제 해결의 당사자는 해당민족자신이라는 견해와 관점을 출발점으로 하고 있으며, 자기 민족의 운명은 해당민족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공통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평양선언에서는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이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원칙으로서 병열되어 언급되지 않았을까.

3. 우리 민족끼리의 계승이자 심화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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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은 민족자주, 민족자결의 원칙에 튼튼히 기초해서 냉전의 산물인 오랜 분단과 대결을 하루빨리 종식시키고 민족적 화해와 평화번영의 새로운 시대를 과감하게 열어 나가며 남북관계를 보다 적극적으로 개선, 발전시킬데 실천적 대책들을 담고 있다.

이는 판문전선언과 평양선언이 민족자주, 민족자결의 원칙을 철저히 고수하고 구현해 나가는 길에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의 흐름을 가속화해 나갈 수 있는 담보가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선언의 기본정신으로서 관통된 민족자주, 민족자결은 나라의 통일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힘츨 합쳐 자주적으로 풀어나간다고 하는 6.15공동선언의 핵심조항에 담겨진 우리 민족끼리의 계승이자 심화발전이다.

남북관계개선과 조국통일은 그 누구의 승인을 받고 하는 것이 아니며 누구의 도움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더욱이 그 누구도 우리 민족에게 남북관계개선과 조국통일을 아져다주지 않으며 또 가져다줄 수도 없다.

또한 지난 역사의 교훈은 민족자주의 원칙에서 탈선하여 외세의존과 외세와의 공조의 길로 나간다면 절대로 민족의 의사와 요구에 맞게 남북관계를 개선해 나갈 수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바로 우리 민족끼리가 민족자주와 민족대단결이 함축되고 표어화된 이념이라면 민족자주는 그를 철저히 계승했을뿐 아니라 그동안에 변화된 정세에 맞게 심화발전시킨 근본원칙이다.

참으로 민족자주, 민족자결을 핵으로 하고 민족의 통일의지와 열망을 반영한 자주통일선언, 조선(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구축을 위한 실천적 방도를 밝힌 평화통일선언,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이룩하기 위한 구체적 대책들을 명시한 민족대단결선언으로서의 판문점선언이 남북관계의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는 출발선에서 함께 터쳐올린 장엄한 신호탄이며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잇고 자주통일의 새 시대를 열어나가기 위한 역사적 이정표라면 평양선언은 판문점선언을 전면적으로 충실히 이행하여 그 성과에 토대하여 남북관계를 보다 높은 새로운 관계에로 발전시켜 통일에로 이어나가기 위한 길을 밝혀준 현시대의 통일강령이다.

맺으며

“선언은 길지 않아도 여기에는 새로운 희망으로 높뛰는 민족의 숨결이 있고 강렬한 통일의지로 불타는 겨레의 넋이 있으며 머지 않아 현실로 펼쳐질 우리 모두의 꿈이 담겨져있습니다.”

평양선언발표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렇게 강조했다.

올해에 들어와 세차례에 걸쳐 진행된 남북 수뇌들의 상봉과 회담을 통해서 남북관계는 불신과 논쟁으로 일관하던 과거의 낡은 타성에서 벗어나 신의있는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 그리하여 서로 마음과 뜻을 합치고 상대방을 존중하고 신뢰하는 입장과 자세를 가지고 성실하게 노력함으로써 적대와 대결에로 치닫던 남북관계는 획기적으로 전한되고 놀라운 변화와 결실들이 이룩되었다.

그러나 정상들의 상봉과 회담에서 강조된 것처럼 새로운 역사는 이제부터이다.

온 민족이 요구하는 것은 남북관계의 부분적인 변화가 아닌 전면적인 대전환이며 대결국면과 전쟁위험의 일시적 모면이 아닌 항구적인 화해와 평화이다.

바로 그를 위한 이정표인 4.27판문점선언과 9월평양공동선언은 정세파동이나 주변환경에 구애됨이 없이 남북관계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를 우리 민족이 굳게 손잡고 함께 풀어나가려는 확고한 의지에 발탕을 두고 있다. 따라서 선언들을 이행하는데서 그 누구의 눈치를 보거나 객관적 조건에 빙자해서는 안되며 모든 문제를 반드시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풀어 나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민족자주에 민족의 평화와 번영이 있다.


2018.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