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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발행된 〈핵과 인간〉(정욱식저, 서해문집 발행)이라는 책을 다 읽어보았다. 

2018년 7월에 발행된 이 책은 “아인슈타인에서 김정은·트럼프·문재인까지”라는 부제목이 말해주는대로 핵무기가 세상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때로부터 조선(한)반도 핵문제가 중대사로 제기된 오늘에 이르기까지 일들이 역사적으로, 체계적으로 방대한 자료들을 구사해서 서술되었는데 그 분량이 704페이지나 되는 대작이다.

그 가운데서 저자가 머리말 부분에서 핵은 ‘신의 불’이며 인류뿐만 아니라 지구 자체의 퍼멸을 가져올 수 있는 유일한 인간의 발명품인 ‘절대무기’라고 하면서 “한반도 핵문제의 기원을 북핵문제가 본격 대두된 1990대로 보는 시각이 태세를 이루지만, 진짜 시작은 1945년부터”이며, “미국의 대북 핵 위협은 북한의 프로파간다만으로 치부하기에는 지속적이었고 또 실제로 존재해왔다”고 말한 대목에 대해서는 펼자도 공감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필자의 이 글은 책에 대한 서평이 아니며, 더욱이 책의 주제가 된 핵문제에 관한 글도 아니다. 필자가 문제시한 것은 책의 마지막 장(5부)의 마지막 부분이다.

여기에서 저자는 올해 6월에 진행된 사상 최초의 조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뉴욕타임스〉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미지에 대해서 “핵 미치광이에서 능숙한 지도자로 이동하고 있다”며 최근 몇개월 동안 김정은 위원장이 현대 외교사에서 “가장 놀랄 만한 전환을 달성했다”고 평가한 내용에 대해 언급하고는 자신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상반기에 보여준 모습이 “놀라운 것이었다”고 썼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저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2월까지 한 차례도 외국 정상과 만난 적이 없었지만 그 이후 4개월동안 모두 일곱차례의 정상회담을 가졌다며, “문재인과 두 차례, 시진핑과 세 차례, 그리고 싱가포르의 리센퉁 총리 및 트럼프와의 첫 만남이 바로 그것들이었다”고 썼다. 그는 “주목할 점은 이들 정상회담 대부분이 김정은의 주도로 이뤄졌다는 것이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다른 것은 다 좋다. 그러나 저자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의 만남까지 ‘외국 정상과의 만남’ 이라고 한데 대해서만은 동의할 수 없다. 왜냐 하면 그것은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왜 사실이 아니다고 하는가? 비록 나라가 갈라져 있지만 남북관계는 나라와 나라 사이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봄철의 판문점 정상회담 장면을 다시 상기해 보자. 그때 전 세계 이목이 쏠린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함께 손잡고 남북을 오가면서 넘은 것은 국경선이 아니었다. 그리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역사적인 자리까지 11년이 걸렸는데 왜 이렇게 시간이 오랬나, 북나관계가 새로운 역사가 씌여지는 출발점에 서서 신호탄을 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으며, 회담장에서는 서로가 남남이 아닌 동족이라는 것을 확인했었다.

가을의 평양에서의 상봉 때도 그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5.1절경기장에서 15만 관중들에게 “평양시민 여러분”, “동포 여러분”이라고 했으며, 양 정상이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자주의 원칙을 확인했다며 “우리는 5000년을 함께 살고 70년을 헤어져 살았습니다.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지난 70년 적폐를 완전히 청산하고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한 평화의 큰 걸음을 내딛자고 제안합니다.”라고 소리높이 호소했었다.
 
한가지 덧붙인다면 이같은 대화들은 통역도 없이 이루어졌었다.

이 이상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겠는가?

물론 남북은 현재 유엔에 별도로 가입하고 있고 국제경기에도 제각기 참가하는 등 서로의 관계가 국제관계의 모양새를 띠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남북은 서로가 유엔에 가입했던 1991년에 기본합의서에서 서로의 관계에 대해서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니라 통일을 지향해 나가는 과정에 형성된 잠정적인 특수관계라고 세상에 대고 선언했다.

6.15공동선언, 10.4선언, 4.27판문점선언, 9월 평양공동선언들에서 남북의 정상들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위원장(혹은 국무위원회 위원장)”,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사인한 것은 이같은 통일지향적인 자세와 입장에 기초한 호상존중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빅핵화를 무엇때문에 하는가? 조선(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서이다. 그럼 그 평화와 안전은 그 자체가 목적이겠는가? 더 말할 것도 없이 그것은 우리 민족의 숙원인 통일을 위해서이고 통일조국의 번영을 위해서이다.

조선(한)반도 정세에서 격변이 일어난 올해도 이제 저물어가기 시작했는데, 모처럼의 변화를 소중히 하고 통일이라는 최종목표를 지향해 나가는데서 우리 모두는 민족의 힘을 합쳐 평화와 번영, 통일을 이룩해 나가자는 진로를 앞으로도 이탈함이 없이 나가야 할 것이다.(K)


2018.11.22